오래 장사를 하다 보면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는 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근데 저는 그걸 게임에서 배웠어요. 좀 웃기죠?

작년 겨울이었나요. 가게 문을 닫고 들어온 게 밤 열 시가 넘었는데, 씻지도 않고 그냥 소파에 앉아서 게임을 켰어요. 딱히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머릿속을 비우고 싶어서요. 뭐라도 손에 잡고 있지 않으면 그날 있었던 일들이 자꾸 떠올랐거든요.

두 시간쯤 지났을까요. 게임 화면이 끝나는 화면으로 전환됐는데, 저는 그냥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컨트롤러도 내려놓지 않고, 다음 판을 시작하지도 않고. 그 순간이 좀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아요.

뭔가 마음이 텅 빈 것 같은데 동시에 너무 꽉 찬 느낌. 재미있었냐고 물으면 솔직히 잘 모르겠고, 쉬었냐고 물어도 그것도 애매했어요.

그 뒤로 한동안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가 지금 쉬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건지. 이 두 가지가 다른 말인 것 같으면서도 그날만큼은 완전히 달랐거든요.

장사를 오래 해온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다들 비슷한 말을 해요. 바쁜 게 습관이 되면 쉬는 방법을 잃어버린다고.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게임을 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내일 발주 생각, 손님 컴플레인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날 처음으로 '아, 지금 나 진짜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확 들었어요. 게임이 끝났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그 감각이요. 억지로 다음 판을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그냥 컨트롤러를 내려놓고 누워도 된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된 것 같은 느낌.

근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아무것도 안 하고 천장만 보고 있으면 불안한 거예요. '이 시간에 뭔가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올라왔어요.

혹시 여러분도 그런 날이 있었나요? 뭔가를 막 끝냈는데 멈추지 못하고 또 다른 걸 시작하려는 그 충동이요. 저만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그날 이후로 저는 일부러 게임이 끝나면 바로 화면을 끄는 연습을 했어요. 작은 것 같지만 그게 저한테는 '여기서 멈춰도 돼'라는 신호 같았거든요.

2026년 지금도 그 습관은 남아 있어요. 쉰다는 게 무언가를 즐겁게 하는 것보다, 그냥 멈추는 것에 더 가까울 수 있다는 걸 그때 배웠어요.

여러분은 마지막으로 '진짜 쉬었다'고 느낀 게 언제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