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이라 그런가 종일 아무것도 손에 안 잡혀서 그냥 끄적여봅니다. 창밖에 빗소리 들으면서 커피 한 잔 들고 앉아 있다 보니까 문득 며칠 전 일이 떠올랐거든요.

그날도 저녁 늦게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어요. 평소 가끔 들어가서 구경만 하던 라이브 방이 하나 있는데, 그날따라 입장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한참을 멈췄어요. 누르면 되는 건데, 왜인지 모르게 그 1초가 길게 느껴지더라고요.

별거 아닌 것 같죠. 그냥 방 하나 들어가는 건데. 근데 그 순간 머릿속에 잠깐 스친 게 있었어요. '내가 지금 이걸 왜 누르려고 하지?' 하는 거요. 심심해서? 외로워서? 아니면 그냥 습관처럼?

생각해보니까 저는 요즘 뭔가를 '왜' 하는지 잘 안 묻고 살았더라고요. 알림이 뜨면 누르고, 영상이 추천되면 보고, 방이 열리면 들어가고. 그 흐름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멈출 일이 없었던 거죠. 근데 그날은 이상하게 손이 먼저 멈췄어요. 머리보다 손이요.

결국 그날은 안 들어갔어요. 핸드폰을 그냥 내려놨거든요. 대단한 결심 같은 건 아니었고, 그냥 '오늘은 됐다' 정도의 기분이었어요. 근데 다음 날 아침에 생각보다 개운하더라고요. 뭔가를 끊었다는 뿌듯함이 아니라, 내가 처음으로 그 흐름에서 한 박자 빠져나왔다는 느낌? 그게 좀 신기했어요.

사실 저는 그 라이브 방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거기서 사람들이랑 떠들고 웃는 게 재밌을 때도 분명히 많았고요. 다만 제가 불편했던 건, 어느 순간부터 그게 '선택'이 아니라 '반사작용'이 돼버렸다는 거예요. 들어갈지 말지 고민조차 안 하고 그냥 들어가고 있었거든요.

혹시 여러분도 그런 거 있나요. 분명 내가 누르는 건데, 내가 누르는 게 아닌 것 같은 순간이요. 손은 이미 움직이고 있는데 마음은 따라오지 못한 그런 거요. 저만 그런 게 아닐 것 같아서 한번 물어봅니다.

그날 이후로 거창하게 바뀐 건 없어요. 여전히 라이브 방 들어갈 때도 있고, 또 늦게까지 핸드폰 붙들고 있을 때도 많아요. 근데 가끔, 정말 가끔은 입장 버튼 앞에서 한 번씩 멈춰봐요. '지금 들어가고 싶은 게 맞나' 하고 스스로한테 물어보는 거죠. 답이 '응'이면 들어가고, 잘 모르겠으면 그냥 핸드폰을 내려놓고요.

그 짧은 멈춤 하나가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의외로 하루의 결이 조금 달라지더라고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비도 오고 한가해서 두서없이 적었는데, 혹시 비슷한 경험 있으신 분들은 댓글로 어떤 순간에 멈춰봤는지 들려주세요. 어떤 버튼 앞에서 손이 멈춘 적 있는지, 그때 무슨 생각이 스쳤는지 궁금하네요. 저처럼 별일 아닌 일에 괜히 의미 부여하는 사람이 또 있을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