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가게에서 일하다가 옆자리 단골이랑 잡담을 하게 됐는데, 그 양반이 폰 게임 얘기를 하면서 OTP 어쩌고 하길래 갑자기 며칠 전 내 일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집에 와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별것도 아닌데 혼자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던 것 같아서요.

사정은 이래요. 한 일주일쯤 전이었나, 모바일로 깔아둔 포커 게임에서 뭘 좀 정리하려고 들어갔거든요. 평소엔 그냥 켜서 시간 때우다 끄는 정도였는데, 그날따라 설정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OTP 설정하라는 안내가 눈에 들어왔어요. 그동안은 그냥 '나중에' 누르고 넘겼던 건데, 그날은 이상하게 손이 멈췄어요.

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진짜 별거 아닌 결정인데 한 십 분을 고민했어요. 켜자니 매번 번호 입력하는 게 귀찮을 것 같고, 안 켜자니 혹시 누가 내 계정 건드리면 어떡하나 싶고. 저는 원래 이런 보안 관련은 좀 무던한 편이거든요. 비밀번호도 다 비슷하게 쓰고, 2차 인증 같은 거 뜨면 '아 귀찮아' 하면서 닫아버리는 사람이라.

근데 작년에 제 친한 동생이 게임 계정 하나 털려서 안에 있던 거 싹 날아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옆에서 발 동동 구르는 거 봤거든요. 고객센터에 문의해도 한참 걸리고, 결국 일부는 못 찾았다고 들었어요. 그 기억이 그날 설정 화면 앞에서 갑자기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그래서 결국은 켰습니다.

켜고 나서 솔직한 후기를 말하자면, 처음 두세 번은 진짜 귀찮았어요. 번호 받고 입력하고, 가끔 타이밍 놓쳐서 다시 받고. '이래서 사람들이 안 켜는구나' 싶었어요. 근데 또 묘하게 마음은 편하더라고요. 적어도 내 폰 아니면 함부로 못 들어온다는 그 느낌. 사소한 안심인데 생각보다 컸어요.

그러다 또 다른 생각도 들었어요. 이게 정말 의미가 있는 건가? 어차피 내 폰이 통째로 털리면 OTP고 뭐고 소용없는 거 아닌가 하는. 보안이라는 게 완벽한 게 아니잖아요. 그냥 마음의 안정을 위한 일종의 의식 같은 건가 싶기도 하고요. 켜놓고도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좀 웃기긴 했어요.

그래도 결론은, 켜두길 잘했다 쪽으로 기울었어요. 귀찮음은 며칠 지나니까 익숙해지더라고요. 손이 알아서 움직이는 수준이 됐어요. 반대로 안 켰으면 매번 들어갈 때마다 '괜찮겠지' 하면서 찜찜했을 것 같아요. 저는 그 찜찜함을 오래 못 견디는 성격이라.

그래서 여러분 생각이 궁금해요. 이런 거 다들 어떻게 하세요? 저처럼 귀찮아도 일단 켜두는 편인가요, 아니면 '내 거 누가 손대겠어' 하면서 그냥 넘기는 편인가요? 혹시 안 켰다가 낭패 본 분 있으면 그 얘기도 듣고 싶고, 반대로 켜놨는데 별 도움 안 되더라 하는 분 계시면 그것도 궁금하네요.

돈이나 자산이 걸린 거면 또 얘기가 다를 것 같기도 하고요. 단순히 게임 안에서만 노는 거랑, 뭔가 바깥이랑 연결되는 거랑은 다르게 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 부분은 저도 잘 모르겠어서, 비슷한 고민 해보신 분들 의견 좀 남겨주시면 재밌게 읽을게요. 별거 아닌 주제에 글이 길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