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월요일 오후, 책상 앞에서 한 시간을 일만 하다 보니 점심을 먹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이런 날들이 요즘 자주 있어서 말이다.

일이 정말 많을 때가 있다. 그냥 일의 양 자체가 아니라, 마감이 겹치고 예상 못 한 건들이 자꾸 튀어나오는 그런 상황 말이다. 그러면 뭐하나. 밥은 나중에 먹고, 화장실도 나중에 가고, 눈도 자주 깜빡이게 되고. 결국 저녁 8시쯤 가서야 '어? 밥을 안 먹었네?' 하면서 깨닫는다.

처음엔 멀쩡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신나게 업무를 시작하고. 근데 이게 몇 시간 지나면서 뭔가 이상해진다. 말할 수 없는 피로감이라고 할까. 머리는 무겁고, 손가락은 느려지고, 이메일을 다섯 번 읽어도 뭘 쓰고 있었는지 모를 정도가 된다. 그 순간부터 나는 뭔가 다른 존재처럼 느껴진다. 기계처럼 일만 처리하는, 감정 없는 뭔가.

그런데 혼자만 이런 건가 싶더라. 커피를 마시는 동료들을 봐도, 점심 시간에 밥을 씹는 속도가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다들 뭔가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어? 나 할 일 또 있지?'라는 그 표정 말이다. 그래서 혹시 여러분도 이런 상태가 되는 순간이 있으신가 하고 싶었다. 일이 너무 많아서 내 몸을 챙길 여유가 없어지는 그런 순간.

더 신기한 건, 그렇게 에너지를 다 써도 일은 끝나지 않는다는 거다. 테이블(해야 할 일 목록)의 한도가 항상 넘어간다. 오늘 끝낼 일 다섯 개, 내일 할 일 여덟 개. 내일이 오면 또 새로운 일들이 튀어난다. 마치 헝겊을 짜는데 한쪽 끝이 계속 늘어나는 것처럼.

그러다가 어제는 이런 생각을 했다. 혹시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정말 다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아니면 어딘가 우선순위를 잘못 매기고 있는 건 아닐까?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혹시 과한 건 아닐까?

물론 답은 쉽지 않다. 그리고 내 몸을 챙기지 않으면서까지 일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건 알아도,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단지 혹시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분들이 있으면, 적어도 혼자만 이런 건 아니라는 걸 나누고 싶었다.

비가 지금도 오고 있는데, 외출했던 동료가 곧 돌아올 것 같다. 그럼 또 누군가는 뭔가 물어볼 거고, 또 뭔가 처리할 일이 생길 거다. 그래도 이번엔 점심 시간에 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