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러닝화를 벗고 테이블에 앉기까지, 나는 뭘 포기한 걸까 작성자 정보 단폴대장작성 작성일 26/07/18 14:48 컨텐츠 정보 3 조회 목록 본문 6시 반, 회사를 나온다. 원래 이 시간이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공원 트랙으로 향하던 내 발걸음이 어느날부턴가 카지노 입장로로 방향을 틀었다. 처음엔 '오늘만', '주말에 달릴 거야' 같은 자기기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조차 하지 않는다.운동을 포기했다는 걸 언제 확실히 느꼈냐면, 새벽 5시에 깨는 일이 줄어들었을 때다. 러닝하던 시절엔 자동으로 눈이 떠졌다. 몸이 움직이고 싶어서. 지금은 알람이 울려도 끄곤 한다. 어제 밤 카지노에서 얼마나 늦게까지 있었는지 생각하면서.그럼 내가 얻은 게 뭔가. 이건 솔직하게 말해야 할 것 같다. 처음 몇 개월은 흥분이 있었다. 카지노는 러닝과는 완전히 다른 자극을 준다. 초록색 펠트, 딸깍거리는 칩, 그 빠른 승패의 반복. 러닝처럼 '오늘은 킬로미터를 몇 개 뛰었다'는 확실한 성취는 없지만, 적어도 즉각적인 재미가 있었다. 그게 내 일상을 바꿔놓기에 충분했다.근데 생각해보니 이상한 부분이 많다. 러닝을 하던 땐 한 달에 얼마를 썼는지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운동화, 옷, 가끔 헬스장 비 정도면 충분했다. 카지노에 온 지 6개월 정도 되니까 내가 얼마를 썼는지 계산해본 적이 있다. 그냥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고 있었는데, 호기심에 이겨서 한 번 세어봤다.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한두 번의 큰 손실도 있었지만, 더 무섭던 건 매일 조금씩 나가는 돈들이었다. 하루에 10만 원, 15만 원. 한 달이 지나면 수백만 원이 사라진다.러닝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진짜로. 카지노에서 나오면서 '이제 그만하고 다시 공원으로 가야지' 중얼거리며 걸어 나온다. 하지만 다음 퇴근길엔 또 입장한다. 카지노의 문턱이 공원 가는 길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 아니, 가깝다기보다는 더 강력하게 나를 끌어당긴다.혹시 당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을까. 어떤 건강한 습관을 버리고 다른 걸 택했는데, 나중에 그 차이를 몸과 지갑으로 느꼈던 경험 말이다. 나는 지금 그 차이를 매일 계산하고 있다. 번 돈 중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이 테이블에 남겨지고 있는지, 그 대신 나의 건강과 마음이 얼마나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지. 어느 쪽의 손실이 더 큰지는 이미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0 추천
6시 반, 회사를 나온다. 원래 이 시간이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공원 트랙으로 향하던 내 발걸음이 어느날부턴가 카지노 입장로로 방향을 틀었다. 처음엔 '오늘만', '주말에 달릴 거야' 같은 자기기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조차 하지 않는다.운동을 포기했다는 걸 언제 확실히 느꼈냐면, 새벽 5시에 깨는 일이 줄어들었을 때다. 러닝하던 시절엔 자동으로 눈이 떠졌다. 몸이 움직이고 싶어서. 지금은 알람이 울려도 끄곤 한다. 어제 밤 카지노에서 얼마나 늦게까지 있었는지 생각하면서.그럼 내가 얻은 게 뭔가. 이건 솔직하게 말해야 할 것 같다. 처음 몇 개월은 흥분이 있었다. 카지노는 러닝과는 완전히 다른 자극을 준다. 초록색 펠트, 딸깍거리는 칩, 그 빠른 승패의 반복. 러닝처럼 '오늘은 킬로미터를 몇 개 뛰었다'는 확실한 성취는 없지만, 적어도 즉각적인 재미가 있었다. 그게 내 일상을 바꿔놓기에 충분했다.근데 생각해보니 이상한 부분이 많다. 러닝을 하던 땐 한 달에 얼마를 썼는지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운동화, 옷, 가끔 헬스장 비 정도면 충분했다. 카지노에 온 지 6개월 정도 되니까 내가 얼마를 썼는지 계산해본 적이 있다. 그냥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고 있었는데, 호기심에 이겨서 한 번 세어봤다.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한두 번의 큰 손실도 있었지만, 더 무섭던 건 매일 조금씩 나가는 돈들이었다. 하루에 10만 원, 15만 원. 한 달이 지나면 수백만 원이 사라진다.러닝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진짜로. 카지노에서 나오면서 '이제 그만하고 다시 공원으로 가야지' 중얼거리며 걸어 나온다. 하지만 다음 퇴근길엔 또 입장한다. 카지노의 문턱이 공원 가는 길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 아니, 가깝다기보다는 더 강력하게 나를 끌어당긴다.혹시 당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을까. 어떤 건강한 습관을 버리고 다른 걸 택했는데, 나중에 그 차이를 몸과 지갑으로 느꼈던 경험 말이다. 나는 지금 그 차이를 매일 계산하고 있다. 번 돈 중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이 테이블에 남겨지고 있는지, 그 대신 나의 건강과 마음이 얼마나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지. 어느 쪽의 손실이 더 큰지는 이미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