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서 육아 관련 책이랑 에세이 몇 권을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책에서는 부모의 온전한 휴식과 아이와의 교감이 모두 중요하다고 아주 그럴싸하게 적어놨더라고요. 그런데 현실은 참 그렇게 조화롭지가 않네요.

이번 주말을 앞두고 제 머릿속에서 아주 극단적인 두 가지 선택지가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하나는 다들 아시는 정석 코스예요.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유부초밥 싸고, 짐 바리바리 챙겨서 경기도 근교나 남양주 쪽으로 나들이를 가는 겁니다. 애는 잔디밭에서 뛰어놀고 저는 뒤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그림이죠. 물론 현실은 꽉 막히는 도로 위에서 시달리다가 도착하면 땀 뻘뻘 흘리며 짐 들고 다니느라 기진맥진하겠지만요. 그래도 집에 돌아올 때 아이가 오늘 너무 재밌었다고 한마디 해주면 그 힘든 게 싹 녹아내리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전혀 다른 유혹이 솟구칩니다. 그냥 혼자 차 몰고 낮에 카지노에 다녀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에요. 어차피 강원도 쪽이나 영종도 쪽으로 드라이브 겸 다녀오면 거리상으로는 근교 나들이랑 크게 다르지도 않거든요. 조용한 차 안에서 좋아하는 음악 크게 틀고 가서, 그 화려하고 긴장감 넘치는 공간에서 딱 몇 시간만 머리를 비우고 오고 싶다는 충동이 듭니다. 아이 울음소리도 없고, 챙겨야 할 짐도 없고, 오롯이 내 감각과 판단에만 집중하는 그 고요하면서도 짜릿한 시간 말이죠.

물론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에는 양심의 가책이 너무 큽니다. 주말에 가족들을 뒤로하고 나 혼자 재미 보러 카지노에 간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이기주의처럼 느껴지니까요. 돈을 따고 잃고를 떠나서, 그 해방감 하나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일탈을 꿈꾸는 제 자신이 가끔은 참 낯설게 느껴집니다.

알아보다 보니 저처럼 주말에 육아 스트레스나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싶어서 아예 다른 세상 같은 곳으로 짧게 도피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은근히 많은 것 같더라고요. 확실한 건 아닌데, 다들 겉으로는 좋은 부모인 척하면서 속으로는 이런 엉뚱한 상상 한 번쯤은 품고 사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주말에 이런 말도 안 되는 극과 극의 고민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아이와의 행복한 나들이와 나만의 완벽한 해방감 사이에서 갈등할 때, 다들 어떻게 마음을 다잡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제 생각에 제가 너무 지쳐서 이런 극단적인 비교까지 하게 된 것 같은데, 다른 집 분위기는 어떤지 댓글로 편하게 이야기 나눠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