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작성하다가 진짜 머리가 너무 안 돌아가서 기분전환 삼아 글 하나 끄적여 봅니다. 다들 오늘 하루 잘 버티고 계신가요? 저는 요즘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으려니 온갖 잡생각이 다 드네요.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인데, 문득 생각나서 적어봐요. 그날도 한바탕 털리고 나서 터덜터덜 밖으로 나왔거든요. 머릿속은 온통 '아, 한 번만 더 입금해서 복구할까?' 이 생각뿐이었어요. 손가락은 이미 폰 뱅킹 앱을 켜고 비번까지 누르기 직전이었죠. 그 특유의 충동적인 뇌 정지 상태 아시나요? 당장 돈을 안 넣으면 미칠 것 같은 그 기분이요.

근데 마침 집에 먹을 게 하나도 없다는 게 기억나서, 집 근처 마트에 들렀어요. 오늘 저녁은 대충 집밥이나 해 먹자 싶어서 카트를 끌었죠. 두부 한 모, 애호박 하나, 찌개용 돼지고기 한 팩, 그리고 대파 한 단. 이렇게 담고 계산대 앞에 섰는데 총액이 2만 3천 원 정도 나오더라고요.

그 순간 진짜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것 같았습니다.

방금 전까지 폰 화면을 보면서 '에이, 한 30만 원만 더 넣어볼까?' 하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그 금액이 떠오른 거예요. 마트에서 일주일 치 찌개 끓여 먹을 재료 다 사도 2만 원 남짓인데, 내가 방금 터치 몇 번으로 날리려고 했던 돈이 대체 이 마트 카트를 몇 번을 채울 수 있는 액수인가 싶더라고요.

갑자기 돈의 가치가 너무 생생하게 피부로 와닿았어요. 숫자로만 보일 때는 그냥 가상의 칩 같았는데, 장바구니에 담긴 실물 음식을 보니까 내가 미쳐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들더라고요. 결국 그날 마트 주차장 차 안에서 뱅킹 앱 조용히 로그아웃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 뒤로는 충동이 올 때마다 일부러 마트 앱 켜서 장바구니에 고기랑 과일 가득 담아놓고 가격 계산해 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그렇게 하면 이상하게 정신이 좀 돌아오더라고요.

확실히 현실의 삶과 밀착된 감각을 느끼는 게 저한테는 큰 브레이크가 된 것 같아요. 아직 완벽하게 끊어냈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 무서운 충동입금의 고리를 한 번 끊어냈다는 것에 안도하고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이렇게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면서 멈추게 된 경험이 있으신가요? 어떤 사소한 계기가 여러분을 현실로 돌려놓았는지 궁금하네요. 다들 비슷한 고민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이야기 나눠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