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게 마감하고 의자에 앉아서 멍하니 핸드폰만 들여다보다가, 문득 몇 달 전에 겪었던 일이 생각나서 끄적여봅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때 진짜 속이 터졌거든요. 혹시 모바일 앱으로 돈 넣고 빼는 거 자주 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 비슷한 경험 있으실 것 같아서요.

작년 가을쯤이었나, 평소 쓰던 앱 말고 새로 나온 거 하나를 깔았어요. 친구가 화면이 깔끔하고 보기 좋다고 해서요. 처음 열었을 때 솔직히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어요. 색감도 차분하고, 메인 화면도 군더더기 없이 정리돼 있어서 '오 괜찮은데?' 싶었죠. 그래서 별생각 없이 회원가입하고 본인인증까지 쭉 진행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정말 매끄러웠어요.

문제는 입금을 하려고 버튼을 눌렀을 때부터 시작됐어요. 분명 메인은 예쁜데, 입출금 메뉴로 들어가니까 갑자기 화면이 완전 딴 세상이더라고요. 글씨는 작고, 버튼은 어디 있는지 한참 찾아야 하고, '계좌 등록'이랑 '입금 신청'이 무슨 차이인지 한눈에 안 들어왔어요. 저는 당연히 입금 신청만 하면 되는 줄 알고 눌렀는데, 계좌 등록이 먼저였던 거예요. 근데 그 안내 문구가 또 어찌나 작게 구석에 박혀 있던지요.

그렇게 한 번 헛걸음하고, 겨우 계좌를 등록했는데 이번엔 '인증번호를 입력하세요'라는 창이 떴어요. 문자가 안 와요. 5분, 10분을 기다려도요. 재전송을 누르면 또 처음 화면으로 튕겨서 돌아가고, 그러면 계좌 등록부터 다시 해야 하고. 이 짓을 세 번쯤 반복하니까 슬슬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의심이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이거 내가 뭘 잘못한 건가, 아니면 앱이 원래 이런 건가.

결국 고객센터에 문의를 넣었는데, 챗봇만 빙빙 돌고 상담원 연결은 영업시간에만 된다고 떠서 다음 날까지 기다려야 했어요. 그다음 날 연결됐더니, 시스템 점검 중이라 입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거예요. 근데 앱 어디에도 그런 공지가 없었어요. 적어도 입금 화면에 '현재 지연 중입니다' 한 줄만 띄워줬어도 제가 그 고생을 안 했을 텐데 말이죠. 결국 처음 넣으려던 돈이 실제로 처리된 건 사흘 뒤였어요. 금액이 큰 건 아니었지만, 그 사흘 동안 '혹시 돈이 어디로 샌 건 아닐까' 하는 찜찜함이 계속 따라다녔습니다.

그래도 좋았던 점을 아예 말 안 하면 너무 한쪽으로만 까는 것 같아서 적어보면, 일단 디자인 자체는 정말 깔끔했어요. 그리고 한 번 계좌 등록이 제대로 끝나고 나니까 그 뒤로는 입금이 빨라지긴 했어요. 결국 처음 진입할 때의 그 복잡한 흐름이 문제였던 거죠. 익숙해지면 쓸 만은 한데, 그 익숙해지기까지가 너무 험난했달까요.

제일 아쉬웠던 건 역시 안내였어요. 예쁜 화면 만드는 데 들인 정성의 반만이라도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알려주는 데 썼으면 어땠을까. 사용자는 화면이 예뻐서 안심하는 게 아니라, 내 돈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 때 안심하잖아요. 그 기본을 놓친 느낌이었어요.

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저는 새 앱을 깔자마자 큰돈부터 넣지 않을 것 같아요. 처음엔 정말 소액으로 입금부터 출금까지 한 바퀴 돌려보고, 그게 매끄럽게 되는 걸 확인한 다음에 본격적으로 쓸 것 같습니다. 화면 예쁜 거에 혹해서 바로 믿어버린 게 제일 큰 실수였어요. 그리고 고객센터 운영시간이나 응대 방식도 가입 전에 한번 슬쩍 확인해보고요.

혹시 여러분도 새 앱 깔았다가 입출금에서 애먹은 적 있으신가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좀 위로가 될 것 같네요. 결론적으로 그 앱을 아예 못 쓸 물건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돈이 오가는 화면만큼은 디자인보다 친절함이 먼저라는 걸 그때 제대로 배웠습니다. 마감하고 조용히 앉아 있으니 별생각이 다 드네요. 다들 비슷한 일로 마음고생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